2009년 1월 13일 화요일

낮에 본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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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본 책 한 권; 생각을 많이 하게 했다



조용히 차 한 잔 할 수 있는 2층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 갔었다. 오후 어느 시간의 이야기다. 책이 많았다. 한 권을 쑥 빼드니 <조선이 아웃사이더>라는 제목이었다. 아웃사이더...거기 약간 홀려 들었다.

2년 전인가 나온 책 같은데 보도자료가 끼워져 있어 우선 읽어보았다.

"때론 엉뚱하고, 때론 지독하리만큼 고집스러우며 이해할 수 없는 면도 있지만, 그들에게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소신이 있었다. 비록 삶이 험난하고 고달파도 내가 선택한 길, 그것만으로 족한 것이다.그것이 가장 '나답게' 사는 길이니까."

이 구절이 먼저 눈에 띠었다. 조선의 아주 고집스런 사람들, 재미나게 산 사람들 이야기다. 그 중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톨이도 있었고, 벽을 만나 고민하다가 한 생을 괴로워한 사람도 있었고, 대체로 만년이 좋지 않은 케이스들도 많았다. 귀양이니 사약이니. 그러나 그들의 삶의 진정성만은 누구보다 강했다는 것을 접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 앞에 있는 말이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소신에 목숨을 건>... 아무래도 글의 방향을 포장하기 위한 것이었기에 이런 구절도 적혀 있었다.

"어제 한 말을 오늘 손쉽게 뒤집고, 소신과 줏대도 필요에따라 바꾸며, 이익을 위해선 자신의 생각이나 자존심조차 쉽게 구겨버리는 세태 속에서...우리에게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잠시나마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길 기대한다."

누구나에게 원칙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칙이 곧 소신은 아닌 경우들도 많다. 줏대도 마찬가지다. 자칫 이 사람들의 아웃사이더라는 단어에서 고집불통만을 떠올리면, 어떤 자기가 믿는 것이 모두 최선이며 최고선이라는 사람과 다를 바도 없다. 그러나 이 사람들, 조선 남자 12명에게는 공통점이 한 가지가 보였다. 바로 <진정성>이다. 이 단어로 해서 이것 저것 구분하는 편가르기적 사고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사회는 이제 아주 악순환의 <갈등>으로 들어가는 국면이다. 쉽지가 않다. 경제성장율 예상치가 자꾸 바뀌어 왔다. 작년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그리고 앞으로도 또 어찌 변할 지 모른다. 그만큼 급변이라는 말이다. 자유로운 이성이 더 필요할 때인가, 아니면 전체주의적인 집단화의 단결이 더 부르짖어져야 하는가를 생각해볼 때다. 정치, 경제, 사회, 법률적으로 테두리를 만들어 놓은 속에서 그에 맞는 행동만 하는 기계적 인간형을 꿈꾼다면, 디지털 시대의 확장성에는 맞지 않는 듯 보인다. 그것은 강요되어서 안된다. 자유의지가 최대한, 허용이 되는 한도 내에서는 테두리가 확장된 상태를 만들지 않고서는 이 사회 국가의 갈등을 봉합할 방법은 요원하게 보인다.

그런 점에서 조선 사내들의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정조의 문체반정에 당당하게 반기를 들었던 이옥, 왕조시대에 가당치 않은 글쓰기 방식의 싸움꾼이 되었던 사람. 확실히 딸랑딸랑 권력자에게 무조건 예스맨이 되는 것보다는 독특한 캐릭터다. 손자의 육아일기 <양아록>을 남긴 할아버지 이문건, 스승 조광조가 죽자 초야로 은둔해버린 양산보, 백성과 나라에 이익이 되는 경세학을 제청한 김병욱, 병인양요로 할아버지의 자진을 목도하고도 개화 척사 어느 한 쪽에 기울지 않은 제3의 길을 선택한 영재 이건창.....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길을 고집스럽게 걸어간 사람들이었다.

이걸 잘못 받아들이면...고집불통이 조선 사내의 특징이라 하지만, 그들에게는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라는 끊임없는 탐문이 있었다고 보인다. 진정성을 동반하고, 호흡이 길게 말이다. 다른 누군가의 삶이 아닌 진짜 자신의 삶...거기서 나는 조선 사내의 풍모를 보고 느낀다. 아름답다. 아름답기에 이 땅이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사람이 있었으니 사람이 있다고 여겨져서다.

이 새벽, 가로등 벗해서 나무들이나 보련다.




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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