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9일 토요일

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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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 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 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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