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0일 화요일

건설 재벌이 용산에서 한 일을 알고싶다

국제빌딩 주변 도시환경정비구역 조감도 (용산구청, 2004)



여섯 명이 목숨을 잃은 용산 참사는 철거민들의 망루 농성을 경찰 특공대가 과잉 진압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비극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그러나 한 꺼풀만 벗겨보면 건설재벌과 부동산 소유자들이 더 많은 개발이익을 누리기 위해 세입자들의 알토란같은 재산을 사실상 빼앗는 탐욕이 드러난다. 용산구청과 용역깡패, 경찰 특공대가 세입자들을 짓밟고 폭력으로 내쫓은 것도 건설재벌과 부동산 소유자들의 개발이익을 보장해주거나 일부를 나눠가지려는 행위였다.

용산참사에서 건설재벌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참사를 빚은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3가 63-70번지 ‘국제빌딩 제 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용산 4구역)의 시공은 삼성물산, 포스코, 대림 등 3대 건설재벌이 맡고 있는데, 이 가운데 주간사를 맡고 있는 삼성물산이 가장 많은 시공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 등 건설재벌은 자신들은 아직 철거가 끝나지 않아 공사를 시작도 못했기 때문에 용산참사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용산참사 현장은 건설재벌 총출동한 초대형 개발공사 한복판


우선 참사가 일어난 용산 4구역이 어디인지를 보자. 2004년 1월 용산구청 자료 ‘21세기 희망찬 새용산 - 용산 개발현황’을 보면 서울역에서 한강에 이르기 까지 16개 개발지역이 망라돼 있어 말 그대로 초대형 개발 박람회장을 방불케 한다.

이 가운데 가장 알짜배기 개발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즉 용산역세권 개발이다. 150층 빌딩 건축 등 사업비만 28조원에 달하는 탓에 엄청난 개발이익이 걸린 탓에 GS, 현대산업개발, 포스코, 금호, SK, 두산, 롯데건설 등 웬만한 건설재벌은 다 참여하고 있으며 주간사를 맡고 있는 삼성물산이 주도하고 있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역세권 개발 사업에서 삼성물산이 한 개 기업이 얻는 이익은 시공이익을 포함 무려 1조4천억 원에 달한다.

국제업무지구 뿐 아니라 16개지역 개발을 놓고 건설재벌간에는 피 튀기는 수주전쟁이 벌어졌는 데, 이 지역 중 국제빌딩 주변 개발은 규모가 큰 개발지역에 속하고 그 중에서도 4구역이 가장 크다. 삼성물산은 포스코, 대림과 함께 사업비 2조원 규모의 4구역 시공도 맡고 있는데 시공사들이 받는 시공비가 6천억 원에 달한다.

.용산참사의 직접적 원인은 철거를 앞둔 5층 건물 옥상 농성장에 투입된 경찰 특공대의 과잉진압이었지만, 참사의 현장은 대한민국에서 내놓라 하는 건설재벌들이 천문학적인 개발이익을 노리고 총출동한 초대형 개발사업의 한 복판이었던 것이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조감도 (용산구청, 2004)



하루 500만 원 손해 보는 용역깡패?


그렇다면 삼성 등 건설재벌은 아직 철거도 끝나지 않았고 자신들이 맡은 시공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참사가 일어난 용산 4구역에서 그동안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보도를 종합하면 건설재벌은 일찍부터 움직였다. 국제빌딩 주변 개발계획은 2002년 말 구청에서 도시환경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용역에 착수하고 2003년 말부터 공람 공고를 내면서부터 시작됐다. 2003년 6월 삼성물산 등은 용산 4구역에서 재개발을 추진하던 일부 주민들에게 입찰 보증금 명목으로 현금 10억 원을 송금하는 등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2007년 10월 삼성물산 등 건설재벌이 용산 4구역 공사를 6천억 원에 따낸 것도 경쟁입찰도 거치지 않은 채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건축비도 부가세를 빼고 513만 원에 달해 국토부가 정한 평당 400만 원 보다 100만 원이 비싸게 책정됐는데, 상세내역도 공개하지 않은 채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 등은 땅과 집, 건물주인들이 구성한 조합측에 이주비는 물론 운영비까지 빌려주었고, 심지어 200억 가까운 이자를 건설재벌이 부담하는 등 사실상 일찍부터 재개발 공사 비용과 추진에 깊숙이 개입해왔다.

그 뿐 아니다. 이번 참사의 큰 원인이 됐던 강제철거와 용역깡패들의 폭력도 건설재벌과 무관하지 않다. 2007년 10월 조합철거업체가 맺은 계약서에 따르면 2008년 6월30일까지 철거를 끝내지 않으면 하루에 510만원씩 철거업체가 배상을 하도록 돼있으며, 이것이 철거시한에 몰린 철거업체가 용역깡패를 동원해 무리하게 강제철거를 밀어붙인 이유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철거업체, 삼성 등 건설재벌 통해 선정”


그런데 <시사인> 2009년 2월 14일자 보도에 따르면 용산 4구역 철거업체 두 곳은 모두 삼성물산, 포스코, 대림 등 건설업체를 통해 선정되었다. 이 중 한 업체인 효○건설은 삼성물산이 재개발 사업을 하는 서울 종암동‧석관동‧길음동‧마포‧아현동의 철거를 도맡아 한 곳으로 업계에서는 “삼성 임원이 효○건설의 뒤를 봐준다”는 소문이 도는 곳이다. 심지어 효○건설이 전남 목포의 조직폭력배 ㅅ파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재개발 지역에서는 삼성이 낀 철거업체의 용역깡패가 독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 등 시공사는 세입자를 포함한 거주자의 이주 및 철거를 최초 이주비 지급일로부터 8개월 이내에 시공사의 책임 하에 완료하기로 계약을 맺었고, 철거업체와도 공사감독관으로 철거 방해 행위에 대한 예방 및 배제 활동을 포함한 철거 전반에 대한 관리 위임을 받아 철거 진행 상태를 보고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밝혀졌다.

보도를 종합하면 철거작업은 2008년 6월에 끝나야 하고, 시공사의 공사 착공은 2009년 2월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철거가 늦어지면서 51억에 맺은 철거비를 다 토해내야 할 처지에 몰린 철거업체는 2월로 예정된 착공 이전에 끝내기 위해 용역깡패를 동원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제철거를 밀어붙였고 결국 경찰 특공대까지 불러들인 끝에 1월20일 참사로 귀결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건설재벌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으로 모든 상황을 쥐고 있었던 것이다.



건설재벌이 용산에서 한 일은 무엇인가


이윤만을 목적으로 하는 건설재벌이 신규 분양 중심의 신도시 건설이나 이미 상당수의 분양자를 갖고 시작하는 재개발 재건축을 가릴 이유는 없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자 건설재벌은 서로 미분양 위험이 적은 재개발 재건축 물량을 놓고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물산의 경우 이미 주택수주 물량의 90%를 재개발 재건축으로 채우고 있다.

물론 수주 경쟁은 대부분 상위 재벌건설사의 승리로 끝나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08년 8월 기준으로 서울의 80개 뉴타운, 재개발 지구에서 건립될 주택 중 75%를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 다섯 개 건설재벌이 수주했으며, 특히 공동수주를 포함해 삼성물산이 확보한 물량이 전체의 32%에 달한다고 한다.

철거민 다섯 사람과 경찰 한 사람의 집단 참사를 빚은 용산 참사가 재개발에 뛰어든 건설재벌의 거대한 돈벌이 한 가운데서 일어난 것이 결코 우연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보통 3∼4년 걸리는 재개발 사업이 1년여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지고, 철거민 농성에 테러진압 경찰 특공대가 투입되는 등 용산 4구역 재개발의 의혹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보이지 않는 손’ 건설재벌의 영향력으로 일어난 것은 아닌가. 용산참사 뒤에서 건설재벌이 한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속 시원하게 밝혀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