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6일 금요일

미네르바와 정보당국의 미묘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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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YOUR EYES ONLY ...

위의 도장이 찍혀있는 문서는 제1급 극비문서라는 뜻이다. 복사는 커녕 지정된 장소 외에는 원본이 절대로 유출될 수 없고 단지 문서 감독관의 입회 아래 잠시 열람만 할 수 있는 문서. 그것은 결코 법적 증거물로 사용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내용에 근거한 어떠한 정보나 행위 또한 불법이 된다. 아예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사실. 70년이 지난 후에나 역사의 뒷이야기로 겨우 공개될 수 있을 자료, 미네르바가 이런 극비문서와 같은 존재라면, 지금 현재 대한민국 떡찰과 수구언론이 벌리고 있는 미네르바의 진실게임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실을 감추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감춰야 할 진실마저 이미 볼 수 없는 것이기에 오늘의 소동은 재미없는 삼류 코메디가 된다.

대한민국을 한동안 꿈꾸게 했던 아고라의 미네르바는 어차피 서버 하드디스크 상의 바이너리 전기신호로만 존재한다. 사이버라고 불리우는 그 공간에서는 어떠한 정보도 오직 가상이다. 모든 기록은 완전히 조작될 수 있으며 조작된 사실 마저도 조작될 수 있는 완전범죄가 가능한 곳. 진실은 그러므로 미네르바를 처음 만났던,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하여 그의 글을 만났던, 아니... 그렇게 만났다고 믿고 있는 여기 저기의 네티즌들, 그들의 추억 속에만 잃어버린 사랑 편지의 한 귀절처럼 남아 있다.

아무도 미네르바가 누구인지 증명할 수 없고 진짜 미네르바 자신도 자신이 진짜 미네르바였는지 증명할 수 없다. 아고리언들은 미네르바가 누구인지 그저 느낄 수만 있다.

"정보당국"이 (진짜) 미네르바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처음 보도한 것은 지난 해 11월 11일 매일신문이었다. 미네르바는 "나이는 50대 초반이고 증권사에 다녔고 또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남자"라고 소개되었으며, 그가 활동을 중단했기에 "정부와 청와대는 이 문제에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과 또 "이후에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고 판단될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협박까지도 신문은 친절하게 덧붙였다. 나는 그 이후 개인적인 루트를 통하여 "정보당국"이 파악한 (진짜) 미네르바가 (진짜) K임을 들었고, 그에 따라 동년 동월 21일에 "정부와 청와대"는 (진짜) 미네르바에게 결코 손대지말아야 할 것을 경고하였다. 나의 경고는 정상적인 정보 수집과 분석의 능력이 있는 정상적인 정보기관이 내릴 수 있는 결론과 당연히 일치할 것이다. 즉 "정보당국"은 미네르바에 관한 모든 것을 비밀로 유지하는 것이 여론과 정책수행을 위해 유익하다고 "청와대"에 보고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당국 관계자"가 미네르바의 신상 파악을 했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매일신문에게 답해야 했던 해프닝은 매일신문에게 처음 미네르바를 노출시킨 측이 "정보당국"이 아니라 바로 "청와대 관계자"의 나불거리는 입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국 "청와대"는 "정보당국"의 보고 내지 경고를 무시하였다.

과연 이처럼 무식하고 무모한 짓이 대한민국에서 더구나 남북대결의 냉전이 계속되는 이 나라에서 벌어질 수 있을까? 정상적인 통치행위에서는 정보라는 것이 정권의 생존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최고 통치자라는 자가 그것도 스스로 눈과 귀를 틀어 막고 이처럼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었을까? 국가의 위기는 커녕 제 목숨 아까운지 조차 모른다는 말이었을까?

국민들은 이후 "정보당국"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하게 된다. 미네르바 소동에는 "떡찰"과 "쉰동아"의 업치락 뒷치락만이 지루하게 계속될 뿐이다... 물론 모든 해결의 관건은 "정보당국"이 갖고 있다. 하지만 "정보당국"은 침묵해야 한다. 그것이 "정보당국"의 입장이며 임무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말한 바와 같이 미네르바가 아고라에 흘렸던 고급정보는 한국은행도 재경부도 정보유통업자도 아니라, 당연히 "정보당국"의 손들이 수집했어야 할 정보들이다. 그래서 그런 정보를 가지고 누가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 무슨 조작을 할 것인지, 그것이 파급하는 영향이 무엇이며, 만일 국가경제에 부정적이라면, 어떤 방법으로 사전에 그 요소를 무력화시킬 것인지, 또 무리한 작전이 외교적인 문제를 야기하지나 않을지, 이런 면밀한 분석들이 사전에 이루어져야 했을 것이다...

도곡동인가 어느 높은 빌딩에 무슨 문제연구소라는 게 있었다. "정보당국" 산하에서 쟁쟁한 경제학 무역학 박사들이 연구하는 곳이다. 그 연구소 같은 곳에서는 산업은행이 리먼의 함정에 빠져들 때 멍청히 구경만 하고 있었을까? 경제파탄이라는 위기 앞에서 국가안보를 위하여 그 국제 사기꾼들을 사전에 물리적으로라도 제거해버릴 그런 비밀의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을까? 아니면 "정보당국"의 정상적인 활동이 외국계 "컨설턴트"로 스카우트(포섭)된 "정보당국" 출신 두뇌들이나 "청와대"의 정치적 압력으로 저지되어 잊혀져버린 것인지...

안타깝다.

사실 미네르바 소동에서 미네르바는 중요하지 않다. 아마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이 된 (진짜) K도 - 비록 50대라지만 이 바닥에서는 퇴직도 넘긴 원로급이겠지 - 미네르바 소동에 다시 끼여들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아고라에 글 쓰고 싶으면 필명 또 바꿔서 쓰면 되지 뭐... 미네르바 이름으로 상표 등록한 것도 아니잖아 뭐...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경제를 아는 것이니까.

그러나 미네르바 사건의 진짜 피해자는 아마 "정보당국"이 될 것이다. "언론의 자유"만큼이나 더 중요한 "정보의 정확성"에 대한 침해가 될 것이다. 국가와 경제 안보의 전초병으로서 "정보당국"의 가장 중요한 보고와 경고의 기능이 최고 통치자의 오만과 아집 아래 묵살되고 마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모멸을 경험했을 것이다.

정부 내에서 조차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정보당국"에게 돌아온 것은 아닌 밤에 홍두깨... 최고 책임자의 경질. "정보국장"의 자리를 군기피자가 차지할 것이라니! 독재든 민주든 적어도 국가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변이 생길 수 있다니! "정보" 출신도 아니고 "군" 출신도 아닌 도대체 정보 INTELLIGENCE 의 아이 I 자도 모르는 자가, 오직 유일한 능력이라고는 구청장과 서울시장의 딱까리로서 건설 이권에 개입하여 조삼모사했던 경험... 군기피자가 "정보당국"에 들어와서 할 일이란 구조조정이란 핑계 아래 공무원 군기 잡는답시고 곱게 있는 사람들 모가지나 자르려 하겠지. 마치 구청 청소부 일용직 쫒아 내듯이. 외적에 대항하여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국민사찰이나 해먹는 견찰과 떡찰의 하수인이 되어야 하나. 제임스본드의 멋진 첩보와 작전이 아니라, 겨우 "청와대"의 스피커로서 백색선전이나 틀어줘야 하나.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눈이요 귀여야 할 "정보당국"에서 "정보 전문가"들은 모두 쫒겨나고, 위에 아부하는 소위 "행정가"들만 살아 남아서, 모든 대외정보는 일본과 미국에 의존하며 눈멀고 귀먼 대한민국은 서서히 잡아먹혀야만 하나.

안타깝다.

그러므로 "정보당국"의 관계자들이 진정 국가의 안전을 염려한다면, 바로 그 관계자들이 앞장서서, 어떠한 수단을 쓰든지 간에, 군기피자 이명박에 의한 군기피자 원세훈의 국가정보원 장악과 파괴 음모를 반드시 저지해야만 한다. 국민들은 김석기의 뒷 편에 원세훈이라는 문제가, 국가의 존망이 매달린 엄청난 문제가 가려져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이 국민의 "정보당국"을 보호하여, 국민을 위한 "정보당국"이 미네르바처럼 또 제임스본드처럼 경제와 국방을 지켜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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